[오중석의 북한생각] 사람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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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구상에서 인간의 생명을 가장 하찮게 여기는 최악의 인명경시(人命輕視) 국가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 수립 이후 70년간 김씨왕조체제 유지에 방해가 된다고 여기는 사람은 누구든 가차없이 숙청, 처형함으로써 북한이 사람의 생명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는지 실증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파견된 북한 군인들이 전장에서 총알받이로 희생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당국의 인명경시 태도를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경제적 이익과 군사원조를 얻기 위해 젊은 군인들의 생명을 마치 소모품처럼 취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드론(무인기) 공격에 무방비 상태인 북한군이 3명이 1개 조가 되어 드론 공격에 대응하는 전술을 세웠다고 합니다. 3명의 병사 중 1명이 살아있는 미끼가 되어 드론 공격을 유도하면 다른 두 병사가 드론을 향해 집중사격을 해서 격추하는 것이 이 전술의 핵심 내용입니다. 드론 공격의 미끼가 된 병사는 드론이 격추될 때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매우 희박합니다. 한 병사의 희생을 각오하고 드론공격을 물리친다는 전술 자체가 병사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정상 국가의 군대에서는 나오기 힘든 전술입니다. 요즘 대부분 국가들은 만일에 있을 전쟁에 대비해서 어떻게 해서든 자국 병사들의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각종 첨단 개인 전투장비를 개발하고 그것도 모자라 로봇(Robot)을 군인 대신 전장에 투입하기 위해 전투로봇의 실전 투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은 병사를 살아있는 미끼로 삼아 드론을 공격한다는 전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에 투항하거나 생포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주 비인간적인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습니다. 투항을 막기 위해 같은 북한군 병사로 하여금 동료를 향해 총을 쏴 처형하도록 하거나 병사가 생포될 상황에 처하면 자결하라고 교육한다고 합니다. 이런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면 북한당국은 심각한 전쟁범죄를 자국의 군대를 향해 저지르고 있는 셈입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무리를 지어 돌진하는 인해전술을 감행하고 있으며 이 같은 공격전술로 인해 북한군에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해전술이란 한국전쟁 당시 무기와 장비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중공군이 떼를 지어 병사 숫자로 밀어붙이는 무모한 전술을 말합니다. 대규모 사상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비 인간적인 전술이며 자국 병사들의 생명을 소중히 생각한다면 사용할 수 없는 전술입니다. 러시아의 전쟁터에 군인들을 보낸 것도 비난 받아 마땅한 일인데 인해전술로 자국 병사의 목숨을 소모품처럼 여기는 북한당국의 처사는 용서받기 어려운 만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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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군인은 물론 주민들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고 마음대로 빼앗는 것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닙니다. 민족 최대의 비극으로 남북한 통틀어서 3백만 명 이상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한국전쟁을 처음 시작한 것도 북한입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수십, 수백만이 굶어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오로지 체제유지를 위해 국제사회의 개방 압력과 식량지원을 거절해 인민을 아사지경으로 내몰았습니다. 1949년 북한 정권수립 이후 체제에 비판적이거나 단순히 김씨 일가의 세습독재를 인정하지 않거나 우상화 선전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동분자로 몰려 처형당한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이들의 처형은 조사 및 재판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통계도 없습니다.

김정은이 집권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동안 84명의 고위 간부가 처형되면서 김정은식 공포정치가 시작되었습니다. 제아무리 충성을 다한 고위 간부라도 조금만 김정은의 비위에 거슬리면 공개총살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희생된 15명의 고위직 중에는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비롯해 김철 인민무력부(국방부) 부부장(차관), 조영남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있습니다.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북한 공작조에 의해 독살되었습니다. 김정은의 이복형으로 북한에서 신성불가침으로 떠받드는 백두혈통의 일원인 김정남도 동생에 의해 제거된 것입니다. 김정은의 생명경시 행위는 지위고하,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김정은이 자신의 치적을 내세우기 위해 각종 국가건설을 동시다발로 벌려 놓고 속도전이니, 200일 전투니 하면서 노동자들을 몰아붙이는 과정에서 수많은 건설 노동자들이 희생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자와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안전장치도 없이 노동자들을 다그치다 보니 한 공사장에서 수십~수백 명의 노동자가 희생되는 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고 탈북민들은 증언했습니다. 안전 장비도 없는데 일정 기간에 공사를 끝내라고 노동자들을 몰아붙이는 것은 북한당국의 인명경시 풍조를 그대로 반영하는 행태라고 탈북민들은 지적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사람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지도부 때문에 언제 무슨 일로 목숨을 잃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